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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공개 이야기들/리나기사 프롤로그

프롤로그 제 3화「베스트 커플 따위?!」


프롤로그 제 3화「베스트 커플 따위?!」

「나기사 양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해. 설마 아이까지 그런 일을 생각하다니…….」
부속부의 베스트 커플을 공식화 한다며 마나미 양과 리나 양이 들뜨는 건 상관없지만
설마 아이까지 그런 기획에 찬성할 줄은 몰랐다.
「아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런 건 그만두자.」
「왜? 좋은 일 아냐? 왜 아야는 싫다는 거야?」
「그렇지만 뭐 주위에서 어떻게 보든 나랑 아이가 연인인 건 변함 없잖아?」
「우으……. 아냐. 아니라구!!」
볼록 뺨을 부풀리고 아이가 내게 반론했다.
「그치만 나랑 아야의 관계가 공인이 되면 나랑 아야 사이에 참견하는 사람도 없어지는걸. 좋은 일만 생길 텐데.」
「저기 말야……. 온종일 아이가 내 옆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로 우리 사이를 참견할 사람은 없어.」
「그, 그치만…….」
아이가 힐끔 하즈키를 보았다.
「하하하……. 그거 날 말하는 거야?」
곤란한 듯이 하즈키가 웃었다.
몇 번을 주의해도 하즈키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건 변함이 없다니까.
「오히려 왜 아야가 그렇게 싫어하는지, 나는 모르겠어.」
「그거야…….」
「아야 양, 곧 본교 선배 분이 오실 시간이에요. 잡담은 그 쯤에서 그만해주겠어요?」
「으으…….」
내게 딱잘라 말하는 마나미 양.
확실히 옳은 말이라 말대답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 마나미 양은 내가 쓸데없이 태클을 걸어서 아이의 입장이 역전되면 곤란하다고 계산하고 나한테 말을 건 걸 거야. 틀림 없어.)
그만큼 마나미 양도 필사적이라는 걸까?
「저기, 저기, 아야.」
「응? 왜, 하즈키.」
「본교의 베스트 커플이신 두 분은 어떠시려나?」
작은 목소리로 하즈키가 내게 질문했다.
오늘이 드디어 멘토 첫날. 곧 이곳에 그 두 분이 오신다.
전(前) 회장이신 마키 님을 대신하여 선발된 우리는 이곳에서 사유키 님과 릿카 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의식하면 조금 두근두근했다.

똑똑♪

「네.」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마나미 양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문을 열자 나타난 것은…….
「실례하겠습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본교 베스트 커플인 시라카와 사유키 님과 시노자키 릿카 님이었다.
사진을 보았으므로 틀림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분위기 있달까……. 진짜는 다르구나.)
바짝 긴장한 나와 달리 마나미 양은 의연 인사했다.
「사유키 님, 릿카 님 어서오십시오. 저희는 두 분을 도와드릴 부속부 학생들입니다. 저는 부속부 2학년인 스오우 마나미입니다.」
「동일하게 2학년인 타카하타 리나입니다.」
마나미 양에 이어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모두 인사를 끝내자, 이번엔 선배들이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본교 1학년인 시라카와 사유키입니다.」
「역시 본교 1학년인 시노자키 릿카입니다.」
「……와아……. 뭔가 대단한걸…….」
매우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본교의 선배들.
나는, 그리고 다른 모두도 무심코 넋을 잃고 봐버렸다.
………………
…………
……

일단 오늘 진행될 상담회의 간단한 스케쥴 확인을 끝마쳤다.
그러자 상담회를 시작할 때까지 특별히 할 것도 없어서
우리는 선배를 둘러싸고 수다에 열중했다.
「아아, 릿카 님과 이렇게 만나뵙게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걸. 나기사 양도 본교에 입학하면 육상부에 들어올 생각이야?」
「네. 그럴 생각입니다.」
「후후훗. 기대되네.」
「어머, 릿카 씨. 이렇게 빨리 귀여운 후배가 생기셨군요.」
「귀, 귀엽다니…….」
「네. 나기사 양, 부디 같이 달려보자.」
「네, 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릿카 님이 나기사 양을 향해 비춘 웃음은 내가 봐도 꽤 멋져서
가볍게 아찔해졌다.
「오라가 대단해. 이게 "왕자님 파워"라는 걸지도.」
「응. 나기사 양, 헤롱헤롱해졌지 않아?」
「화, 확실히…….」
동경하는 선배와 대화할 수 있어, 나기사 양도 굉장히 기뻐보였다.
커뮤니케이션이 힘들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런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건 좋은 일일텐데…….
「정말. 뭐야, 나기사도 참. 들떠가지곤.」
리나 양은 꽤나 화난 것 같았다.
「어라? 그렇지만 나기사 양은 계속 육상부였으니까 작년에 릿카 님과 만나지 않았어?」
「그게…….」
「아, 나는 미카녀에 외부 입학했거든.」
「그렇습니까. 저도 외부랄까, 전학생이라…… 아야도 그렇지?」
「맞아. 우리 둘은 전학생이자 서민 동료지.」
「아~니~야~! 아야는 서민 아닌걸!」
「아니라고 해도…… 응?」
「서민…… 아아.」
릿카 님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시며 우리를 보셨다.
무슨 일일까?
「그렇다면 똑같네. 나도 서민이야.」
「네?」
「뭔가 기쁜걸. 이런 데에 동료가 있다니.」
「정말이십니까? 그럼 혹시 처음에 "평안하세요" 라는 인사에 당황하시진 않으셨나요?」
「맞아, 맞아. 익숙해질 때까지 묘한 기분이라서, 아직도 당황하곤 해.」
「그렇죠. 게다가 반친구들은 조금 긴 연휴가 있으면 보통 별장이나 해외에 놀러가고.」
「맞아. 내 지인은 자가용 헬리콥터로 여행을 간다거나…… 놀랍지.」
그런 화제로 작은 웃음과 연대감이 생겼다.
「아야 말고 다른 사람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니…… 놀라워요.」
「응, 저도 그래요.」
「그렇네. 후후훗.」
나랑 하즈키는 선배인 릿카 님과 완전히 의기투합 해버렸다.
그 옆에서 사유키 님은 싫은 기색없이 편안하게 우리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
(아……! 뭔가 이거 사유키 님만 왕따시키는 것 같은데?)
「이야기에 열중해버려서 사유키 님이 지루하시진 않으셨나요?」
이런 일에 눈치 빠른 하즈키가 황급히 여쭈었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릿카 씨가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기만 해도 저도 즐거워져요♡」
「사, 사유키 씨……♡」
「후후훗. 릿카 씨, 여기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만나셔서 정말 잘됐어요.」
사랑스러운 듯 서로를 응시하는 두 분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게다가 사유키 님 꼭 여신처럼 마음이 넓으시다.
과연 작년 학생회장, 거기에 "궁극의 숙녀"라고 불리는 분답다.
(미카녀에 들어와서 느긋한 타입의 아가씨는 많이 봤지만 이건 좀 다른 걸.)
「뭐랄까…… 맞아. 진짜 아가씨라는 느낌이네.」
「궁극의 숙녀……. 응, 납득되네.」
「정말이네. 아아~」
하즈키는 멍하니 사유키 님을 응시했다.
반드시 또 "망상 극장"이 머릿속에서 전개되고 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은 이해됐다.
「지금까지 그저 생각 없이 떠드는 반애들한테 뭐 저래, 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구나. 본교의 베스트 커플로 선정된 이유가 있네♡」
「우으으……. 아야, 나 외의 사람을 그런 뜨거운 눈으로 보지마~」
「릿카 님도 당연하지만…… 사유키 님도 침착하시고 근사하다♡」
「으응?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기사!」
「……멋. 지. 다……♡」
「자, 잠깐 하즈키?!」
「하아…… 이게 진짜 "아가씨"구나♡」
마나미 양이 부르고 있는데, 하즈키는 완벽하게 무시했다.
「뭔가 이거…….」
「리나랑 우리는 이런 전개는 바라지 않았는데.」
「아우우우……. 아야도 참…….」

………………

즐겁게 선배들과 수다를 하고 있는데, 문득 등뒤로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기, 아야…… 나 왠지 뒤를 돌아보는 게 무서운데.」
「신기하네. 나도 그래.」
「……으으…….」
그러나 주뼛주뼛 뒤돌아보았더니,
「꺄아아아아!」
「그 비명은 뭐야! 실례잖아.」
「하, 하지만…….」
「리나, 그 표정은 너무 무서워.」
「누, 누구 탓인데!」
「아하하하!」
「이건 절대 웃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에요.」
「맞아. 아야!」
3명 다 엄청 무서운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선배들이 오기 전까진 "부속부에서도 정식으로 베스트 커플을 인정받자!"며 그토록 불타오르고 있었는데.
「아, 맞다. 3명 모두 사유키 님한테 뭔가 부탁할 게 있다고 하지 않았었어?」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즈키가 베스트 커플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만 3명의 표정은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했다.
「뭐야. 베스트 커플 따위…… 어차피, 어차피 우린!」
「이 두 분 같은 진짜 베스트 커플도 아니고!」
「베스트 커플 따위…… 시시해!」
「어?!」
「갑자기 이러는 거야?」
「리, 리나.」
「흥!」
나기사 양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그러나 리나 양은 완전히 토라져서, 나기사 양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리나가 화낼 일은 없어. 나는 그저…….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아냐. 리나 뭔가 착각을…….」
불화가 일어난 것은 나기사 양네 커플만이 아니었다.
「저기, 마나미. 나는 딱히 마나미를 소홀히 한 게 아니라…….」
「어차피 나같은 건 사유키 님과 비교하면 어차피 가짜예요. 의태하고 있는 아가씨라구요!」
「그, 그런 게……. 우으으.」
이쪽도 역시 들을 생각은 없어보인다.
「우으으……. 아야 이 바보야! 나보다 그 애들이랑 얘기하는 게 더 즐겁겠지!!」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냥 선배로서 동경할 뿐이야.」
「내가 아야의 연인인데! 뭐야, 뭐냐구!」
울상이 된 아이의 얼굴을 보는 건 꽤 좋아하지만
오늘은 그걸 즐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변명을 해도, 연인들의 마음은 전혀 회복되지 않고
끝에는…….
「이제 못 있겠어. 리나는 돌아갈 거니까 나기사는 따라오지마!」
「아야 바보야!!」
「저도 실례하겠습니다. 이 다음 일은 부디 여러분들이 정해주세요.」

끼익…… 쾅!

「하아~ ……가버렸네.」
「……내 탓.」
「아냐, 나기사 양 탓만은 아냐.」
「나도 마나미를 잊고 이야기에 몰두해버렸고.」
「그렇지만 그 세 명한테 뭘 해줘야 기분이 풀리려나~」
「저, 저기…….」
「아? 릿카 님 왜 그러세요?」
「내가 너무 신나게 서민 토크를 해서 그 아이들이 화난 거야?」
「그게 아니에요. 릿카 님 때문이 아니에요.」
「맞아요.」
큰일이다. 릿카 님이 책임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한편 사유키 님은……
「어머나, 곤란해졌네요.」
온화한 미소를 띄우곤 있지만 곤혹해보이셨다.
우리 연인들 때문에 본교 선배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이제 부속부의 베스트 커플이 어쩌고 할 문제는 아니네.」
「그래. 그 이전의 문제일지도 몰라…….」
「으음……. 앞으로 어쩌지?」
우리 셋은 서로를 마주보고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럴 셈은 아니었지만, 서로 연인에게 상처를 입힌 건 확실하고.
빨리 제대로 화해해야 해…….